무등공부방은 지난 13일 소설가 송은일 작가를 초청해 홍범도 장군의 생애와 활동을 조명하는 아시아인문강좌를 진행했다. 이날 강좌는 송 작가가 지난 2020년 발표한 소설 ‘나는 홍범도’를 텍스트 삼아 홍 장군이 자원입대 했던 1883년(15세)부터 1920년 봉도동·청산리 전투까지 시기를 집중적으로 다뤘다. 소설이 출간된 2020년은 봉도동·청산리 전투 100주년이 되는 해이며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본국으로 봉환해 국립현충원에 안장한 해이기도 하다.
송 작가는 소설을 쓰기 전 홍범도 대장이 독립운동을 했고 빨갱이 취급을 당했다는 파편적인 사실만 알았을 뿐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. 구한말에서 6·25에 이르는 우리 근현대사가 패배로 점철된 역사라는 의식 때문에 의도적으로 외면했기 때문이다.
송 작가는 “일제강점기 갈가리 찢어지고 6·25 전쟁으로 산산이 부서진 역사를 접할 때마다 가슴이 아프고 화가 났다”며 “홍범도 대장의 자료와 책을 구해 읽으면서 내 패배의식의 밑바닥에 일제강점기 시절 심어놓은 식민사관의 뿌리가 남아있다는 것을 깨달았다”고 고백했다.
또 “현실인물을 소설주인공으로 삼기 힘들기 때문에 홍범도 대장을 소설적 인물로 만들기 위해서는 허구의 인물로 재창조해야”했지만 “홍범도 대장의 삶은 역경과 고난을 극복하는 과정이 여과하거나 가공하지 않아도 되는 그 자체로 극적인 소설이었고 신화 속 인물이었다”고 평가했다.
송 작가는 “일제강점기 홍범도 대장과 민중들이 꿈꿨던 세상이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”이라며 “이 책을 보고 근현대의 역사를 패배의 역사로 기억하는 사람이 좀 더 줄어들기를 바란다”고 말했다.